무산된 일본 여행을 뒤로하고 나는 사무실, 생활관, 독서실의 단조로운 동선을 밟았다.
동쪽 너머로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을 보며 출근을 하는 순간, 뉴런들의 Na+이온와 K+이온의 양이 증감되며 어느 전기 자극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바로 “영국”이라는 단어였다.
나는 중학교 1학년때부터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이라는 팀을 응원하였다. 내가 본격적으로 리버풀에 스며들기 시작한 시즌은 당시 공을 잡았다 하면 골로 연결시키는 미친 공격수 수아레스와 귀여운(그 당시에) 스털링, 골 세레모니로 탈춤을 추는 스터리지까지 이름바 ‘SSS’ 라인을 이루던 2013-2014 시즌이었다.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여 단 1승 차이로 맨체스터 시티에게 우승을 내주었지만 리버풀이라는 팀의 매력에 빠지는 것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건축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겨 - 이 때 부터 낭만을 찾았는지는 몰라도 - 홀로 영국 유학에 대하여 알아보기도 하였다. “중2병”이 늦게 왔었던 것 같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였지만 프리미어리그와 영국 유학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꽤나 친숙하고 익숙한 국가로 발전해 나갔다. 언젠가 한번은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에서 리버풀 경기 직관을 해야겠다고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학원을 다니고, 대학교 2학년을 수료하고, 공군에 입대하고, 입대해서도 독서실에서 계속 공부하는 쉼없는 릴레이 경주에서 영국은 나에게 차츰 멀어져 가고 있었다.
독서실 연등을 마치고 생활관으로 돌아가던 23시 50분 -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표현하는 것이 편하다 - 군대에서도 공부하는 나의 운명을 그리 정겹게는 아니지만 받아들이고 있을 때에, 문득 지금이 아니면 영국을 언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한 생각은 이내 확실한 결정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 결정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듯, 여행 계획 설정에도 우선순위가 존재한다. MBTI가 P라서 거의 모든 일을 즉흥적으로 하는 스타일인데, 물론 느낌이 오면 극강의 J가 되기도 하지만, 혼자 여행을 계획하다 보니 어느정도는 계획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 글을 적기 시작한 이유는, 글쓰기에는 뭔가 낭만이 있기 때문이다.
더할 나위 없이 차갑고 정형화된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진 활자들이 사람의 슬픔, 기쁨, 설렘 등의 감정을 따뜻하고 무형의 어느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뭐 그냥 적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뭔가 영국 여행에 대한 바이블을 만들고 싶어서 적기 시작한 것도 있다.
이어서 이어갈 글들에는 영국 기차 티켓 사기, 티켓 환불하기 등등 무언가 문제가 생길만한 복잡한 영역들에 대하여 내가 겪은 일들과 이들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였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차근차근 담을 것이다.
언제 다 쓸 지는 모르지만 차근차근 적어 나가보도록 하겠다.
다음화 예고
시험이 다가와 공부를 더 해야하지만 영국에서 필요한 예약들은 해야하는 이 진퇴양난의 상황! 대예약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시작. (다음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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